몽골 여행- 몽골의 소리, 영혼을 흔든 전통 창법 '호미'와 '우르틴 두
몽골 에서 들은 영혼을 울리는 노래
몇 해 전, 나는 몽골 여행 중 울란바토르의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민속 공연을 관람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 펼쳐지는 전통 복장과 춤, 이국적인 악기 소리에 나는 이미 충분히 감탄하고 있었지만, 진짜 감동은 그 다음에 찾아왔다.
무대 중앙에 단정히 앉은 한 가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마치 허밍처럼, 낮고 깊은 소리가 공간을 울리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그 어떤 음악과도 달랐다. 낮게 깔리는 음성과 함께 동시에 들리는 맑고 날카로운 배음, 그 미묘한 공명의 울림은 전율 그 자체였다.
언어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노래는 마치 오래된 기억을 불러일으키듯 가슴을 저미는 감정을 안겨주었다. 슬픔인가, 그리움인가,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공연장이 아닌 내 마음속을 채워나갔다. 나는 순간, 노래가 아닌 정서를 듣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연이 끝나고도 그 소리는 귀를 맴돌았고, 나는 이 신비로운 음악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그것이 바로 몽골의 전통 창법인 호미(Throat Singing)과 우르틴 두(Urtiin Duu, 장가)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오늘은 그날 내 마음을 울렸던 이 독특한 노래의 매력과 그 안에 숨겨진 깊은 이야기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나는 그 울림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무대에서 울려 퍼지던 그 낮고도 높은 노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 소리의 정체는 몽골의 전통 창법인 호미(Хөөмий)와 우르틴 두(Уртын дуу)였다.
호미(Throat Singing, Хөөмий) – 목으로 부르는 두 개의 소리
호미는 몽골의 대표적인 전통 가창법 중 하나로, 한 사람의 목소리에서 두 가지 소리가 동시에 울리는 독특한 기법이다. 기본적으로는 낮고 깊은 베이스톤(기저음)을 기반으로 하며, 그 위에 혀, 입술, 입천장, 후두 등의 조작을 통해 배음을 증폭시킨다. 그 결과, 하나는 가슴에서 울리는 듯한 저음이, 또 하나는 휘파람처럼 맑은 고음이 함께 울린다.
이 창법은 단순히 기술적인 묘기 수준을 넘어서, 몽골 유목민들의 자연과 영적인 세계를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바람, 물, 새소리, 낙타 울음소리 등을 모방하여 자연과의 소통 수단으로 사용되었으며, 샤먼 의식에서도 활용되곤 했다.
호미의 주요 유형
- Sygyt (시기트): 고음을 강조한 휘파람 같은 소리
- Kargyraa (카르기라): 매우 낮은 목소리로 내는 으르렁 같은 울림
- Khoomei (호미): 기본형, 저음과 고음이 부드럽게 혼합됨
이런 호미의 소리는 영상으로 보면 더 실감 나는데, 공연장 안에서는 마치 공간 전체가 진동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듣는 순간, 인간의 목소리가 이토록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르틴 두(Urtiin Duu, 장가) – 길고 슬픈 노래
‘우르틴 두’는 몽골어로 ‘긴 노래’를 뜻하며, 몽골 유목민의 삶과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낸 전통 민요다. 한 음절을 20초 이상 끌기도 하며, 느림과 여운, 호흡과 감정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창법이 특징이다. 우르틴 두는 종종 마두금(몽골 전통 현악기)이나 양금의 반주와 함께 연주되며, 주로 자연, 사랑, 고향, 말, 이별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공연장에서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몰랐지만, 그 슬프고도 품위 있는 음색에 나도 모르게 감정이 이입되었다. 그건 단순히 노래가 아니라, 마치 한 민족의 오랜 역사를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
역사적 배경 – 언제부터 이 노래를 불렀을까?
몽골의 호미와 우르틴 두는 단순한 전통 예술이 아니라 수천 년간 유목민들의 삶과 함께한 문화유산이다. 기록에 따르면, 이미 칭기즈 칸이 등장하던 13세기 무렵부터 이 노래가 불렸다는 자료가 있으며,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샤먼 전통</strong에 뿌리를 둔 것으로도 추정된다.
호미는 인간과 자연, 영혼 사이의 교감 수단으로, 우르틴 두는 인간 내면의 슬픔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창으로 기능했다. 그래서인지 지금 들어도 마음 깊은 곳에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유네스코도 주목한 몽골의 소리
이런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에는 ‘우르틴 두’, 2010년에는 ‘호미’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는 단지 전통을 보존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전 세계가 감탄할 만한 ‘소리로 된 정신문화유산’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게 남은 울림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그날의 울림을 기억한다. 공연장에서 들은 그 노래는 단순한 관람이 아닌, 감정과 영혼의 경험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음악은 통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 낮은 허밍과 길게 끌어올리는 음성이 내 안에서 울린다.
언젠가 다시 몽골을 찾게 된다면, 초원이든, 공연장이든, 나는 그 노래를 다시 듣고 싶다. 그리고 또다시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울컥하는 감정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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